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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

조금 세월이 느껴지는 고전적인 여행 가방의 주인이 도일한 것은 한국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직접 도일한 것은 징병 기피가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가족과의 재결합을 위해서였다. 해방후 가방 주인과 어머니는 귀국해 아버지와 형은 일본에 남았지만 한국 전쟁의 혼란이 가족을 갈라놓았다. 어머니를 설득해 소식이 끊긴 아버지, 형을 찾아 이 가방 하나를 들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현해탄을 건넜다. 목숨을 건 '밀항'으로 도일했다. 가족 재회의 여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가방이다.

해방후 가족 분단의 비극, 고난의 재회를 이룬 가방 주인의 개인사가 떠오른다. 여행 가방 하나도 재일사를 이야기하는 귀중한 사료다.